피치덱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저희는 곧바로 슬라이드를 열지 않습니다. 먼저 고객에게 여쭙습니다. 이 덱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몇 분 만에 판단하게 될 것인가. 국내 시드 투자사의 심사역이 밤늦게 스무 개의 덱을 넘겨보는 상황인지, 실리콘밸리나 싱가포르의 파트너가 첫 미팅에서 회사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려는 자리인지에 따라, 같은 회사의 이야기도 완전히 다른 순서로 놓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피치덱을 회사 소개서의 압축본으로 이해합니다. 창업 배경이 있고, 팀이 있고, 제품 기능이 나열되고, 마지막에 투자 요청 금액이 붙습니다. 논리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투자사와 해외 파트너가 덱을 읽는 방식은 창업자가 덱을 쓰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