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L과 언어 번역 AI의 부상
안녕하세요! 줄리아나리앤파트너스(Juliana Lee & Partners, JL&P)입니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언어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업체 간의 소통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 기반 번역 기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희 JL&P에서도 올해 CES에 참가하려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컨설팅하면서, AI를 활용한 자동 더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번역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과 사용 방식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보면서, 각국이 자국의 언어를 어떻게 국제화하려고 노력하는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DeepL: 번역의 새로운 지평을 연 스타트업
이번 주 우리가 주목할 스타트업은 바로 DeepL (딥엘)입니다. DeepL은 독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야로스와프 쿠틸로프스키(Jaroslaw Kutylowski)가 CEO로 이끄는 회사입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수학을 전공한 후 컴퓨터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AI 신경망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번역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적용한 DeepL을 개발했습니다.
DeepL은 원래 Linguee라는 다국어 번역 사전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회사는 자체 개발한 AI 번역 엔진인 DeepL Translator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AI 번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기존의 Google Translate나 Microsoft Translator와 비교했을 때, DeepL은 전체 텍스트를 먼저 분석한 후 요약하고 다시 자연스럽게 재구성하는 번역 방식을 적용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문맥을 정확하게 반영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번역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또한 DeepL의 AI는 단순히 공개된 인터넷 자료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 법률 및 의료 문서, 기업 보고서, 일상 언어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정제된 번역을 제공합니다. 거기다 DeepL의 직원들은 번역가들과 협력하여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직접 큐레이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높은 품질의 번역 결과를 보장하죠.
현재 165개국에서 33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2023년 1월부터는 한국어 서비스도 시작하여 국내 사용자들에게 더욱 정교한 번역 품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 서비스는 기존의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파파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DeepL은 자사의 번역 정확도가 경쟁사보다 3배나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문 번역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도 했죠. 다만, 해당 테스트의 출처는 비공개로 유지되었습니다.
DeepL은 현재까지 전 세계 10만 개 이상의 기업 및 정부 기관과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으며, 주요 고객사로는 젠데스크(Zendesk), 닛케이(Nikkei), 코세라(Coursera), 도이치반(Deutsche Bahn)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해외 시장 확장, 비용 절감 및 원활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딥엘의 기업용 언어 AI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세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에 첫 지사를 설립하며 미국 내 입지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죠.
DeepL이 활용되는 분야 및 종합 언어 AI 기업으로의 확장
DeepL의 번역 서비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출판사 및 미디어 기업: 웹 콘텐츠의 다국어 번역
· 교육 기관 및 글로벌 기업: 내부 문서와 커뮤니케이션 번역
· 비즈니스 문서 및 공식 문서: PDF, DOCX, PPTX 등의 문서 번역
DeepL은 단순한 번역기를 넘어 다양한 언어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새로운 AI 제품군을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죠.
· DeepL Write Pro (2024년 4월 출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작문 보조 도구. 지원 언어에 한국어, 아랍어, 노르웨이어를 추가하며 총 32개 언어를 지원하는 번역 서비스 제공
· DeepL for Enterprise (2024년 출시): 기업 맞춤형 번역 서비스로, 각 기업의 스타일 가이드를 반영하여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
· DeepL Speech (개발 중): AI 음성 번역 솔루션으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할 예정
DeepL의 강점 – 보안, 커스터마이징
DeepL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강력한 데이터 보안 기능입니다. DeepL은 고객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지 않으며, 번역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보안 기능은 금융업계 및 글로벌 기업들에게 신뢰를 얻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DeepL은 기업별 맞춤형 번역 서비스인 "DeepL for Enterprise"를 통해 각 기업의 브랜드 스타일과 전문 용어를 반영한 번역 결과를 제공합니다. 가령, 포브스 매거진처럼 기업마다 고유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 이를 반영한 AI 번역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2024 중반에는 기업이 한화 약 2조 7천억 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으며, 3억 달러(약 4,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습니다. 해당 투자 라운드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가 주도하였으며, 아이코닉 그로스(ICONIQ Growth), 티처스 벤처 그로스(Teachers’ Venture Growth) 등 신규 투자자들이 합류하였습니다.
불붙은 경쟁! 각국 스타트업들의 독자적 AI 번역 개발
DeepL과 같은 강력한 번역 서비스가 널리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는 자체적인 AI 번역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각국의 언어와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번역의 필요성입니다. 기존 글로벌 AI 모델들이 영어 데이터에 편중되어 있어, 다른 언어의 번역 정확도가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유럽 AI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같은 대형 AI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의존도 외에도 현재 챗GPT와 구글 바드는 다양한 유럽어를 지원하지만, 정확도가 영어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는 언어 모델의 데이터셋 구성 문제 때문인데, GPT 기반 AI 모델의 훈련 데이터는 약 80%가 영어, 나머지 20%만 유럽어 등 제2언어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영어가 아닌 유럽어로 질문할 경우 답변의 정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여, 핀란드의 경우, Silo AI는 스칸디나비아어(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등)에 특화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고 있죠. 이는 유럽 내 AI 연구진을 모아 언어 모델을 설계하고, 핀란드의 슈퍼컴퓨터 '루미(LUMI)'에서 학습 및 운영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에, 누구나 모델을 가져가 분석하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도 있다 합니다.
독일은 오픈소스 언어 모델 개발 그룹인 ‘오픈GPT-X’와 ‘LEAM’이 독일어 특화 AI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이들은 GPT-4 같은 미국의 언어 모델이 유럽 기업과 연구 기관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독자적인 AI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예로, 이탈리아 번역 기업인 트랜스레이티드(Translated)는 유럽어를 포함한 60개 언어로 작동하는 실시간 번역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 기업의 CEO인 마르코 트롬베티는 “현재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기술적으로 5년 뒤처진 상황”이라며 유럽어 특화 챗봇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 번역 경쟁이 더욱 가속화된 또 다른 이유는 "미디어 번역"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단순히 DeepL이 집중하는 문서 등의 번역 뿐만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매체의 특성에 맞춘 번역 솔루션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죠.
· 웹툰: 말풍선 내 텍스트의 디자인과 배치를 자동으로 조정해야 함
· 더빙: 화자의 입 모양과 발음 타이밍을 고려한 세밀한 조정 필요
· OTT 및 TV 프로그램: 문화적 차이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번역과 현지화
이처럼 번역의 목적과 포맷이 다양해짐에 따라, AI 번역 기술 역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AI 번역 스타트업 트위그팜(Twigfarm)은 웹툰 및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한 맞춤형 AI 번역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웹툰의 자동 말풍선 조정 기술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XL8은 AI 기반 통번역 기술을 통해 OTT 및 영상 콘텐츠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삼성전자 및 구글 출신의 정영훈 대표가 2019년에 설립한 이 기업은, AI 기반의 '미디어캣(MediaCAT)' 솔루션을 통해 방송 및 영상 콘텐츠 번역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OTT 플랫폼에서 영상 대사 추출, 타임코드 자동 조정, AI 음성 더빙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처럼 각국의 AI 번역 스타트업들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특정 미디어와 플랫폼에 맞춘 세밀한 기술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아무리 DeepL 같은 회사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각자 독자적인 AI 번역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유를 보면 "언어"라는 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반영해야 하는 복잡한 영역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장 몇 가지 영한 번역 서비스들만 놓고 비교해보면 같은 문장을 번역하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단어 선택과 표현 방식이 적용되는 점이 흥미롭죠. 하지만 각 기업에서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언어의 장벽은 앞으로도 점점 낮아질 것입니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여러 혁신적인 AI 번역 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들 또한 이를 진즉 알아채고 자신만의 특화된 번역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줄리아나리앤파트너스는 국내외에서 어떤 새로운 스타트업이 특수 분야에 특화된 번역 서비스를 개발할 지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왕이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요! 이를 통해 한국의 AI 번역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를 늘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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