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lting Archive] 심사석에서 바라본 CES 2027 신청서, 기업들이 자주 놓치는 것들

CES 혁신상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오해를 반복해서 마주하게 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니 그 사실을 열심히 설명하면 심사위원이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죠. 그런데 실제 심사석에 앉아본 입장에서 보면, 심사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오늘은 줄리아나리앤파트너스 이지윤 대표가 CES 혁신상 공식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직접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잘 몰라서 놓치는 지점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항목은 나뉜 이유가 있습니다
신청서를 심사하다 보면 한 가지 강점을 여러 항목에 반복해서 써놓은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핵심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항목을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는 사람이에요. 앞 항목에서 읽은 이야기가 뒤 항목에서 또 나오면 어느 순간 그 얘기가 그 얘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품의 강점이 오히려 흐릿해지고, 읽는 사람의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신청서의 항목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는 건 서로 다른 것을 묻고 있다는 뜻입니다. 각 항목에는 그 항목만을 위한 단독 답변을 채워야 해요. 같은 내용을 돌려쓰는 대신 항목마다 새로운 각도에서 제품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심사위원은 훨씬 입체적으로 제품을 이해하게 됩니다.
점수가 매겨지는 곳과 첫인상을 만드는 곳은 다릅니다
실제로 점수가 매겨지는 항목은 Engineering, Design, Features, Innovation 이 네 파트입니다. 그렇다면 제품명이나 제품 소개는 채점 항목이 아니니 대충 써도 되는 걸까요. 여기서 많은 기업이 판단을 잘못합니다.
제품명과 소개는 심사위원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자리예요. 이 부분에서 이 제품이 무엇인지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으면, 심사위원은 뒤에 이어지는 채점 항목을 이해하는 데도 애를 먹습니다. 첫인상 구간에서 제품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뒤를 아무리 잘 써놓아도 그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결국 점수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채점 항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홀히 다룰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뒤 항목의 점수를 결정짓는 토대라고 봐야 합니다.
이미지와 영상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도구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은 그 자체로 점수가 매겨지지 않습니다. 대신 심사위원이 제품을 이해하는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합니다.
이미지는 3장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더 많이 보여주면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비슷한 이미지를 5장씩 채워 넣는 경우가 있어요. 중복되는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심사위원의 인상을 흐리게 만들 뿐이에요. 서로 다른 정보를 담은 3장이 훨씬 강력합니다. 한 장은 제품의 전체 모습을, 한 장은 핵심 기능을, 한 장은 실제 사용 맥락을 보여주는 식으로 각각 다른 이야기를 담아보세요.
영상은 3분까지 허용되지만, 실제 심사 현장에서 3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입니다. 여러 신청서를 연이어 검토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 3분짜리 영상을 끝까지 보는 일은 드물어요. 가장 집중이 유지되는 길이는 90초 안팎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핵심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미지 속 UI와 UX 언어입니다. 첨부한 화면이 한글로 되어 있으면 심사위원은 이 제품이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국제 무대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인상이 약해지고, 관심도가 순식간에 내려갈 수 있어요. 캡처 화면은 반드시 영문 UI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심사위원은 검색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심사위원을 따로 만나거나 건별로 심사비를 지불하고 심사를 받는 구조가 아니에요. 심사는 오로지 신청서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심사위원은 컨설턴트가 아닙니다. 제품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글에 회사 이름을 검색하거나, 이 제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고 찾아보는 일은 거의 없어요. 체감으로는 0.00001% 정도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드뭅니다. 심사위원은 신청서 안에 담긴 내용만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회사 홍보나 검색 최적화, 거창한 영어 인터뷰 영상 제작에 자원을 쏟는 것은 방향이 어긋난 노력입니다. 심사위원은 그런 자료를 보러 가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에너지를 가장 기본이 되는 신청서 본문과 이미지 3장에 집중하는 편이 결과를 훨씬 크게 바꿉니다.
기본기가 결과를 가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항목마다 그 항목에 맞는 단독 답변을 명확하게 쓰고, 점수가 매겨지는 네 파트인 Engineering, Design, Features, Innovation을 탄탄하게 채우고, 첫인상 구간에서 제품을 확실히 이해시키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이미지 3장과 90초 안팎의 영상을 준비하고, 화면은 영문 UI로 갖추는 것. 화려한 부가 자료보다 이 기본기가 훨씬 강력합니다.
심사석에 앉아보면 잘 만든 제품이 잘 못 쓴 신청서 때문에 아깝게 떨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은 화려함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데서 시작됩니다.
CES 2027 혁신상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지금이 신청서를 다듬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심사위원의 시선으로 신청서를 함께 점검하고, 어디에서 제품의 강점이 흐려지는지 짚어드립니다. 이번 사이클은 소수 기업만 집중해서 컨설팅하기 때문에 자리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8월 내 컨설팅을 원하시는 기업은 서둘러 연락 주세요. 신청서 한 장의 완성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여러분 제품을 잘 이해하고, CES 심사 프로세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바로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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