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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토론의 달인

Juliana Lee 2007. 3. 2. 17:34

다보스포럼 최연소 패널 최유선씨의 면접ㆍ설득기술

'토론의 나라'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두 번씩이나 토론 파트너로 초청한 한국 여성이 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ㆍWEF) 최연소 패널 기록을 세운 최유선 씨(22)가 주인공. 그는 WEF 단상에서 브라운 장관에게 세계교육펀드를 제안했고, 브라운 장관은 오는 5월 세계은행(World Bank) 기부자(Donor)회의에 빈국 교육격차를 해소할 토론자로 그를 선택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4학년이던 지난해 범아시아 대학생 영어토론대회에서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대만 카우슝 웬자오대학 부총장은 직접 영어토론 강사로 발탁하기도 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2005년 한국토론협회에서 주최한 대학생 영어토론대회 1위, 2005년 세계토론협회 토론대회 1위, 2006년 범아시아 대학생 영어토론대회에서 6위를 했다.

앳된 얼굴이지만 토론의 '달인'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좋은 영어문장 매일 접해야

= 아무리 표현 의도가 좋아도 상대방 마음을 움직여야 빛이 나는 법. 그의 영어실력은 능통했지만 토론대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4년 범아시아 영어토론대회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150여 개팀 중 52위. 그는 "실력이 없었다"고 했다. 유창한 영어발음은 빛났지만 채점관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영어잡지, 신문 등을 읽으면서 '이 문장 좋다'고 확 느껴지는 구절들을 모조리 노트에 옮겨 적은 것이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매일 읽고 또 읽었다. 그는 "토론대회 나갈 때 '명구절'을 모아놓은 노트는 꼭 챙겨 비슷한 주제를 다룬 문장을 실제 토론단상에서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날개를 단 듯 설득력이 살아났다. 조리 있는 사고를 매끈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그의 발언은 채점관들의 평가기준과 딱 맞았다. 그때부터 토론무대는 그의 세상이 됐다.

그는 다보스포럼 토론 직후 브라운 장관으로부터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잘 선택했다"고 호평을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는 "한국보다 영어 언어장벽이 높은 일본 학생들이 세계 영어토론대회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말솜씨, 영어실력만으로 설득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얘기다.

◆ 모든 것은 1분 싸움

= 1분 내에 결정된다. 그는 "면접관이나 채점관이 질문을 던진 뒤 4~5분 동안 유심히 절대 듣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그는 주요 영어토론대회에서 채점관으로 활동한 뒤 처음 1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첫 한마디에 핵심내용을 말해야 채점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3분, 아니 10분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개인적인 '의견'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하라고 권했다. 의견은 상대방의 주장에 의해 반박되기 쉽지만 검증된 기관이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나온 자료는 설득력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자료만 인용할 경우 주장 자체가 딱딱해질 수 있어 의견과 자료를 효과적으로 섞어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토론의 기술이다.

◆ 사람에 대한 사전조사를 해라

= 토론은 사람 간 심리게임과 같다. 설득을 위한 재료로 지식의 폭을 넓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토론(면접) 준비생들은 시사이슈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채점자 자체에 대한 조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예전 주장을 근거로 '예전에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발언이 우리의 XX주장과 일치합니다'고 말하면 설득력은 배가된다는 것이다.

그의 꿈은 '교육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외교통상부에 근무중인 그는 해외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다보스포럼에서 주장했듯 빈국ㆍ개발도상국가 교육정책은 그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대학 문턱을 넘자마자 토론대회 참가비용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 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했다. 대입 토론면접이 강화되자 하루에 과외 8개, 면접학원 2개를 오가며 돈을 벌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는 기자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세계를 품을 수 있는 후배 양성이 목표입니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 취업 때문에 세상보는 시각이 너무 좁아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