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김경태 지음 / 멘토르 펴냄
스티브 잡스는 한 아이의 오랜 우상이다. 아이는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사준 스티브 잡스 만화를 끼고 살았다. 아이는 15살이 되면 잔디깍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스티브 잡스를 만나러 가겠다고 벼른다. 아이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것들을 콜렉션한다. 아이는 지금 11살 9개월이다. 스티브 잡스 폐인이 된지 8년째다.
그 아이의 엄마, 나도 스티브 잡스의 열렬한 팬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스티브잡스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없다. 잡스에 대한 이 같은 우상화는 얼마전 아이팟을 손에 넣으면서 내게는 신화로 격상되었다. 내외신 언론에서, 쇼핑몰에서 아이팟 아이팟, 해도 그저 좀 더 나은 mp3려니 했다. 아니, 잡스의 작품이니 혁신적이긴 하겠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배송박스를 푸는 순간, 그야말로 악-소리가 났다. 디자인은 곧 기능이며 컨셉이며 마케팅의 전부라고 믿는 나에게 아이팟의 그 날렵한 디자인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역시 스티브잡스, 라고 감탄해있는데,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책이 배달되어 왔다. 아이팟을 한 손에 쥔 채로 책을 휘릭, 넘겨보았다. 스티브 잡스가 유능한 프레젠터라는 얘기를 자주 들어오던 터였다. 책은 그 얘기를 증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몇 페이지를 보다가 아예 자세를 고쳐 책을 읽었다. 한 시간도 못되어 다 읽었다. 우선은 재미있었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은 애플 사이트에 올려진, 2005년 12월,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극장에서 아이맥, 아이팟, 아이튠스의 새 버전을 발표하는 스페셜 이벤트 동영상을 한 컷 한 컷 분석하여 추출한,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스킬을 집대성한 책 이다. 언제나 대성공을 이루는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 스킬의 배경과 필요성을 담은 도입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스킬과 슬라이드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담은 본론부, 이러한 스킬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제로 어떤 효과를 주는지를 설명한 하는 도입부까지 흥미진진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책의 저자가 분석한 것과는 별개로,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다음 3가지다.(3가지는 잡스 프레젠테이션이 늘 3파트로 구성되는 것에서 빌어온 아이디어다)
1. 메시지를 믿게끔 하라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무리 집중하고 있어도 프레젠터가 던지는 메시지를 믿을 수 없다면 그 프레젠테이션은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잡스는 메시지를 믿게끔하기 위해 언론이나 믿을만한 제 3자의 코멘트를 증거로 활용한다. 그것도 적합한 종류의 증거를 적당한 만큼만 보여줌으러써 자신의 메시지가 객관적 진실임을 믿게끔 만든다.
2. 청중을 집중하게 하라
슬라이드를 디자인할 때나 메시지를 대신할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비주얼이나 다름없는 킹 사이즈 서체를 쓰거나 등의 방법으로 암전된 극장에서 오로지 잡스와 슬라이드에로만 청중의 시선이 모아지게 만드는 스킬을 배워야 한다-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을 위한 쇼라고 생각한다.
3.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들려주라
‘사실’이나 ’진실’은 그 자체로는 대부분 별 재미가 없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더 극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뜻밖의 게스트가 등장하고 프레젠테이션이 거의 끝나간다고 느낄 때쯤 마지막 히든카드를 내놓는 등 프레젠테이션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진행되어야 한다.
나도 현업에서 크고 작은 숱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들으며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프레젠테이션=파워포인트라고 생각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은 말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라고 편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경험을 통해 얻어진 통찰력과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나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프레젠테이션은 프레젠터의 퍼스낼리티에 관한 것이라고.
잡스의 모든 비즈니스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깨는데서 출발합니다. 그 비즈니스를 알리기 위한 기조연설이나 프레젠테이션도 당연히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프레젠테이션은 늘 기존의 것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매료되는 이유이자, 우리가 그의 스킬을 배우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 : 송숙희
출처 : 코리아인터넷닷컴